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당시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

조현아는 무슨 이유로 이미 화가 난 상태에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경향신문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조현아는 2014년 12월 5일 0시37분 (미국 현지시간)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편에 일등석 좌석 '2A' 의 승객으로 탑승했다. 일등석에는 조현아를 포함해 승객이 단 2명뿐이었다. 6분 뒤 승무원 김ㅇㅇ씨가 미개봉 상태의 견과류 봉지를 쟁반에 받쳐 서빙했다. 조현아는 "이렇게 서비스하는 게 맞느냐"며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사무장 박창진씨는 즉시 일등석 칸으로 와서 매뉴얼이 담긴 태블릿 PC를 가져다줬다. 당시 기내에 있던 사무장·승무원들은 이륙 준비를 위해 안전벨트와 짐 보관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조현아는 "내가 언제 태블릿을 가져오랬어, 갤리인포(기내 간이주방에 비치된 서비스 매뉴얼)를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했다. 박창진씨가 주방으로 뛰어가 파일철을 가져오자 조현아는 파일철로 팔걸이 위에 얹힌 박창진씨의 손등을 3~4차례 내리치며 "아까 서비스했던 그X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라고 고함쳤다.

김ㅇㅇ씨가 눈앞에 나타나자 조현아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삿대질을 하면서 "야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 무릎 꿇고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고 외쳤다. 이어 일등석 출입문 앞으로 걸어가 박창진씨를 돌아봤다. 조현아는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호통쳤다.

당시 항공기는 이미 미국 JFK공항 제7번 게이트에서 유도로 방면으로 진행 중인 상태였다. 박창진씨는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조현아는 "상관없어.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고 꾸짖었다. "내가 세우라잖아"라는 말도 3~4차례 반복했다. 0시53분 박창진씨는 인터폰으로 "기장님,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미 22초간 약 20m를 이동한 항공기가 멈춰섰다. 박창진씨는 "조현아 부사장이 객실 서비스와 관련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고 승무원 김ㅇㅇ씨의 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추가 보고했다. 기장은 곧바로 항공기를 탑승구 게이트 방향으로 돌렸다.

박창진씨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조현아는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라고 했다. 박창진씨도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조현아는 화를 참지 못했다. 김ㅇㅇ씨 가슴 부위를 향해 파일철을 던진 뒤 좌석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김ㅇㅇ씨 어깨를 밀치면서 3~4m가량 출입문 쪽으로 몰고 갔다. 파일철을 돌돌 말아 벽을 수십회 내리치며 "너 내려"라고 했다. 박창진씨에게는 "짐 빨리 가져와서 내리게 해. 빨리"라고 다그쳤다.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을 직접 확인하고 뒤늦게 여승무원 김ㅇㅇ씨가 매뉴얼대로 서빙을 했고,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창진씨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현아는 "사무장 그○○ 오라 그래"라고 했다. 이어 "이거 매뉴얼 맞잖아. 네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네가 내려"라고 소리쳤다. 박창진씨를 출입문으로 밀어붙인 뒤 "내려. 내리라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장은 오전 1시쯤 관제탑에 "사무장 내리고, 부사무장이 사무장 역할을 한다. 추가로 교대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교신했다. 박창진씨는 하기에 앞서 조현아와 다른 일등석 승객에게 사과했다. 조현아는 "내리자마자 본부에 보고해"라고 말했다. 5분 뒤 박창진씨는 비행기에서 내렸다.

승객 247명을 태운 비행기는 1시14분이 돼서야 이륙을 위해 다시 활주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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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조현아는 시종일관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했는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이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조현아는 조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직원들에게 '거짓진술'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현아는 조사 첫날인 지난달 8일 오후 4시께 여ㅇㅇ(57·구속기소) 상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언론에서 항공법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국토부 조사에 임하도록 주문했다.
또 여ㅇㅇ 상무에게 '승무원 동호회(KASA)'를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은 조현아가 아닌 박창진 사무장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소문을 퍼뜨리라고 지시,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한편, 당시 조현아 외에 유일한 일등석 승객이었던 박ㅁㅁ씨는 땅콩 회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대한항공 고객센터를 통해 조현아로 인해 겪은 불편사항을 접수했다.
그러자 여ㅇㅇ 상무는 같은 달 10일 오전 7시 30분께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사장님, 이 승객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인데 고객서비스실에서 사과 및 위무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장님께서 고객서비스실에 특명을 내려달라"고 했다.
대한항공 고객서비스팀에서는 상무가 직접 나서 박ㅁㅁ씨에게 언론 접촉을 삼가줄 것불편사항을 '사과'로 잘 마무리 지은 것으로 말해달라고 회유했다. 조현아 역시 이같은 과정을 전부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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